지난 19일 끝난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최경주. KPGA
“참으로 행복한, 감사한 시간이었다. 지난 한 주간 기도와 성원, 그리고 아낌없는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가 온나라를 시끌벅적하게 한 ‘생일 파티’를 마치고 20일 17시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밝힌 감사 인사다.
최경주는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CC에서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만 54세가 되는 생일인데다 연장 2차전까지 가는 드라마틱한 명승부 끝에 거둔 값진 승리이어서인지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실 그의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도 컷 통과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우승을 사람이 했다는 것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같은 일로 평가한 이유다.
최경주는 이번 우승으로 KPGA투어 통산 17승째, 프로 데뷔 통산 30승째를 거뒀다. 골프사적으로는 KPGA투어 최고령 우승 신기록(만54세1일), 개인적으로는 2011년부터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든든한 후원사 SK텔레콤의 창립 40주년인 해에 대회 통산 4번째 우승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30차례 우승 중 값지지 않은 우승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그 어느 우승과는 달랐다. 그것은 챔피언 퍼트를 마치고난 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을 울컥하게 한 그의 눈물로 가늠할 수 있다.
최경주는 대회를 마친 뒤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마지막 2개홀을 남기고는 허리통증 때문에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께 의지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경주는 지난해말에 장로 안수를 받았다.
최경주는 “항상 하는 기도이지만 그 순간 더 간절히 하나님을 찾았다. ‘주여 힘을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그 응답이 분명 있었다”라며 “연장 1차전에서 실수했던 두 번째샷이 그 조그마한 섬에, 그것도 아주 좋은 라이였다는 걸 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또 연장 2차전 티샷 때 발휘됐던 초인적인 힘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 그 중에서도 골프를 하면서 얻은 결과는 나의 신앙적 간증이다”라며 “특히 이번 우승은 나로서는 가장 생생한 간증이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하나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경주의 다음 일정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부터 나흘간 미국 미시간주 벤튼 하버의 하버 쇼어스 리조트 코스(파71·6852야드)에서 열리는 PGA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키친에이드 시니어 PG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올 시즌 목표를 PGA투어 500회 출전과 챔피언스투어 상금 랭킹 10위 이내 진입으로 잡고 있는 최경주. KPGA
도착 즉시 그는 프로암부터 나가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최경주는 “솔직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기꺼이 감내해야 할 도전이므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또 해낼 것”이라며 “당장은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또 예전 같으면 이 시기가 되면 걱정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컨디션은 곧 회복 될 것이다”고 했다.
그가 말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은 다름아닌 미국과 세계연합팀간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부단장 역할을 이번에는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9월26일부터 나흘간 캐나다 몬트리올 로얄 몬트리올GC에서 열린다.
최경주는 “세계연합팀 마이크 위어 단장과 최근 챔피언스투어 대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라며 “이번 캐나다 대회 때는 어니 엘스가 나를 대신할 부단장을 맡기로 했다”고 했다고 귀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우리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국내에서 어렵게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나도 PGA투어 통산 500회 출전과 챔피언스투어 상금 순위 톱10이라는 목표를 향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